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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그 동안 줄곧 걷기만 해오던 석촌호수를 한 번 뛰어봤다.
동호-서호를 합쳐서 호수 전체 2.5Km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14분 남짓.
반 바퀴째에도 체크를 했는데 정확히 7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전력으로 달리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숨이 찼고, 종아리에 가벼운 통증이 왔다.

2003년 2월, 무궁화호 밤기차를 타고 진주에 내려가 공군훈련소에 입소했을 때
첫 일주일 동안은 가입교기간이라고,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공군의 병사가 될 수 있는지
신체검사 등을 했는데, 그때 마지막 관문이 바로 1.5km 오래달리기 체력검사였다.

진주 훈련소에 갔다는 것도 사실 서울에서 시험보고 면접보고 합격통지까지 받아서
입대를 허가받았다는 것인데 (그때만 해도 공군 경쟁률이 높아서 지원했다가 떨어지기도 했던 때)
군대간다고 머리까지 빡빡 밀고 가족/친지들에게 인사까지 다 하고 훈련소에 들어온 이상,
쪽팔리게 귀향자(귀가조치자)로 분류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검사에서 합격기준 제한시간은 1,500m를 7분 44초 이내에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정말 이를 악물고 바로 앞 친구의 뒤통수만 보고 죽어라 뛰었던 생각이 난다.
4등으로 들어오고나서는 기진맥진해서 연병장 구석에 누워버렸고,
제한시간을 지나 뒤늦게 들어온 친구들은 결국 불합격 판정을 받고 이튿날 아침 훈련소를 떠났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남은 청춘들은 30개월 남짓한 긴긴 군생활을 시작했었고.

[...]

오늘 왼팔에 mp3를 두르고 
호흡을 조절하며 등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달려보니까 문득 그 때 생각이 났다.
비록 그 때 만큼의 체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괜시리 뿌듯하기도 했고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스물세살의 기억이라서 애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한 바퀴를 도보로 30분이 넘게 걸리는데, 뛰니까 절반도 안걸리는걸 보니
새삼스레 달린다는 것에 대해 경외심과 호기심 같은게 들었다.
보통 저녁먹고 집을 나와 운동을 시작하면 석촌호수를 세 바퀴 돌고 들어가는데,
이제부터는 한 바퀴 걷다가 한 바퀴 뛰고, 다시 마지막 한 바퀴를 걸어봐야겠다.
Runner's High랄 정돈 아니지만, 중간 십 분이 지나가자 나름 달리는 균형감각을 되찾고
호흡조절도 잘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동안 뛰지 않아서 내 몸속에 잠자고 있던 엔돌핀이 조금씩 분출되는 것일게다.
다음주부터는 스피츠의 옛날 앨범들을 한장 한장씩 복습하면서 뛰어야겠다.

우야던동-
그런고로-
달리기에 흥미도 생겼고
계속 좀 뛰어볼까 한다.

오늘도 나는 달린다.

by minx | 2008/07/09 01:16 | Pas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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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isa at 2008/07/21 15:07
왜,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더 겁이 많아진다고 하잖아. 다치는 것, 아픈 것에 대해서. 어린애라면 자기보호 같은 건 생각지 않고 에너지를 끝까지 소진해버리면서 뛰놀 수 있는 데. 어른이 되고 난 뒤, 달리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어. 뛰면 숨이 차. 근육이 떨려. 조금만 무리하면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 넘어질지도 몰라. 그래서 뛰지 않아. "힘껏 뛰면 쓰러져버리니까, 같이 있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야."라고 말해보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는 게 무서운 것뿐이야.

가끔은 모든 걸 잊고, 내 모든 힘으로 가장 빨리 달려보고 싶어.
Commented by minx at 2008/07/24 10:33
나도 끝이 안보이는 길에 서서 전력질주 해보고싶어.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네 말처럼 두려운 것들 중 하나로
예전처럼 술을 마시지 못하는게 좀 그래
스무살 무렵에는 일명 술먹고 죽자! 이게 됐는데...
지금은 그럴수 없을 거 같고 그래서도 안될거 같거든
왠지 큰일 날거같고 내일도 걱정되고...

마지막 줄은 8월 15일에 한강에서 전력스퍼트로 느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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